부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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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소반 봄...입안 가득 향긋 산초 맛 폭발하는 '빵초장'
2025.07.04

‘소반 봄’ 박민영 대표.
‘소반 봄’은 부산 동구 초량에 있을 때 좋아했던 가게다. 어느 날 기장으로 옮겨가 멀어지는 바람에 조금 섭섭했었다. 식재료가 이유였다. 기장은 먹을 게 많은 동네라, 원물(原物) 욕심에 기장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박민영 대표는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려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기장에서 농사도 짓고 계약재배도 한다. 같은 기장 쪽파도 밭마다 다르게 키우는 모습을 보고, 제일 좋은 밭에서 나는 것을 쓸 수 있어서 좋단다. ‘소반 봄’의 스마트 스토어에서 기장멸치 안초비, 보라성게알, 기장멸치 청양고추조림 등이 인기 있는 이유다.
‘빵초장’이 궁금해 찾아갔더니 박 대표가 직접 시연해 줬다. 빵 위에다 무염 버터, 그 위에 올려진 게 절인 청산초다.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버터로 살짝 순화시킨 산초 맛이 폭발하면서 입안 가득 향긋해졌다. 산초를 깨뜨려 먹는 게 포인트다. 산초는 경상도와 전라도 같은 남부 지방에서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다. 추어탕에 넣을 줄만 알았지 빵과 곁들여 먹을 생각은 꿈에서도 해 본 적이 없다. 산초에 낯선 서울 사람들이 이 맛을 보면 얼마나 놀랄지 모르겠다. 살구 콩포트(Compote)를 올린 빵은 성게알 초밥 같은 느낌이 난다. 콩국수에는 소금을 넣는 대신에 오이지를 올렸다. 이 계절에 흔한 게 오이인데, 오이지 콩국수는 간도 맞고 오이 향이 배어나 ‘엄지척’이다.
소반 봄은 지난해 기장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입한 미역, 멸치, 쪽파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해 즉석에서 건강한 한 끼의 상차림 식사를 제공하고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초장집을 2주간 열었다. 이 초장집이 빵으로 옮겨가면서 빵초장이 탄생한 것이다.
박 대표는 “멸치 배가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뛰어간다. 멸치를 털기 전에 뜰채로 제일 좋은 거만 떠서 가져와 밤을 새서 안초비를 만든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아침에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당일 주문이 들어온 만큼만 만들어 판매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일광읍 문오성길 487.
글·사진=박종호 기자
※게재일 :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