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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베지나랑…채식이 대세, 사찰음식도 대중 속 다가와야

2025.04.21

사찰음식퓨전식당 베지나랑 석은미 점장이 연차림 세트 등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찰음식퓨전식당 베지나랑 석은미 점장이 연차림 세트 등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부산 민락수변공원 인근에 자리 잡은 사찰음식퓨전식당 베지나랑은 여러모로 관심이 갔다. 우선 부산에 흔치 않은 채식 식당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특히 젊은 층에서는 채식이 대세가 아닌가. 게다가 경남 거창의 행복한 절(주지 은산스님)이 직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찾은 날에도 외국인 손님이 많았다. 저녁 시간에는 외국인 손님이 70~80%를 차지한다고 했다.

공즉시색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과거를 좇지 말라,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 현재에 머물러라, 마음을 내버려두어라’라는 청정본심 수행 4단계가 문 안쪽에 붙어 여느 식당과 달라 보였다. 메뉴판에는 베지나랑의 철학이 맨 앞에 나왔다. ‘베지나랑의 직원은 세상을 위해 매일 명상을 하고, 오신채(마늘·파·양파·부추·달래)를 넣지 않고, 흰설탕과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한다’이다. 이런 원칙을 고수하면 영업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 것 같다. 게다가 <부산일보>만 검색해도 베지나랑이 무료 점심 나눔, 저소득 주민 반찬 지원, 채식 도시락 후원을 했다는 기사 여러 건이 나온다.

연잎밥, 콩가스, 콩치킨, 낫토, 순두부 등이 나오는 연차림 세트를 시켰다. 순두부의 순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전형적인 사찰 요리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잘 이뤘다. 말 안 하면 채식인 줄도 모를 맛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행복한 절이라는 사찰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절이라고 하면 범어사, 통도사, 해인사처럼 사(寺)자로 끝나야 하는 줄 알았다. 이 절만 왜 이름이 튀는 것일까. 거창의 절이 부산까지 와서 굳이 식당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베지나랑 직원과 휴심정 공동체 가족들이 모여서 명상을 하고 있다.

베지나랑 직원과 휴심정 공동체 가족들이 모여서 명상을 하고 있다.

 

<디지털거창문화대전>에 소개가 잘 나와 있다. 행복한 절은 조계종 해인사 소속 사찰로 행복한 마을을 구현하는 중심에 절이 서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찰이라고 했다. 행복한 절은 2006년 공동체 수행을 지향하며 거창에 도량을 조성했다. 주지 은산스님은 수행도량 건립 발원 천일기도를 드리는 동안 산문불출(山門不出)을 단행했다고 한다. 2008년에는 사단법인 ‘행복한 마을’을 창립했다.

거창에서 함께 공부하던 분들이 부산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광안리에 채식식당 베지나랑과 명상센터, 수행공동체 ‘휴심정’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휴심정에는 현재 13명의 가족 공동체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행복한 절 주지 은산스님이 화요일마다 부산에 와서 이들과 차담을 가진다고 한다.

베지나랑 부산 광안리점 석은미 점장은 “요즘 사람들은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많이 찾는다. 또 먹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다. 음식으로 세상을 깨우쳐 보면 좋겠다고 해서 베지나랑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나랑’은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음의 소리라는 뜻이다.

거창에는 베지나랑 키친이 있고, 베지나랑 광안리점이 문을 연 것은 2014년 10월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몇 팀도 안 왔지만 4~5년 차부터는 알고 찾아왔다. 지금은 외국인에게도 이름난 명소가 됐다. 채식이 대세이고, 뉴진스님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시대다. 사찰음식도 고요한 산중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처럼 대중 속으로 다가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베지나랑 석은미 점장이 매장의 신조인 ‘당신께 공양을 올립니다’ 문구를 소개하고 있다.
베지나랑 석은미 점장이 매장의 신조인 ‘당신께 공양을 올립니다’ 문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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