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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수카페...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건강 한 상

박수현 대표가 차려낸 음식들. 위부터 과일 핑거푸드, 엔다이브 리코타 슈림프, 초록홍합 세비체, 6월 한식 브런치 한 상, 수제 소스 야채 스틱 모둠. 수카페 제공
박수현 대표가 차려낸 음식들. 위부터 과일 핑거푸드, 엔다이브 리코타 슈림프, 초록홍합 세비체, 6월 한식 브런치 한 상, 수제 소스 야채 스틱 모둠. 수카페 제공


몸이 아프고 나서야 음식의 속도를 알게 된 사람이 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의 ‘수카페’에서 제철 재료로 한식 한 상을 차려내는 박수현 대표는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라 편안하게 머물다 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수카페 주방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강된장 케일 쌈밥, 두릅전, 구운 채소 샐러드, 소불고기, 달고기 튀김, 초록홍합 세비체 등 계절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상에 오른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날그날 시장에서 가장 좋다고 느낀 재료로 식탁을 꾸린다.

박 대표는 오후 영업을 마치면 다시 시장으로 향한다. 여러 가게를 돌며 채소를 만져보고 생선을 살핀다. 그는 “시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눈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다.

그런 습관은 엄마에게서 배웠다. 식당을 운영했던 엄마는 매일 새벽 ‘빨간 고무 다라이’를 들고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엄마는 “음식은 정직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카페 박수현 대표
11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박 대표는 원래 바비큐 중심의 파티 공간을 운영했다. 싱가포르에 살던 시절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일이 즐거웠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한식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울을 오가며 푸드코디네이터 사범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음식의 맛은 물론 색감과 플레이팅, 공간의 분위기까지 고민하는 지금의 식탁은 그때부터 완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닥쳤고 신장암 진단까지 받았다. 이후 조직 검사에서는 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술대에 오른 경험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몸이 아픈 일을 겪고 나니 음식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극적인 음식도 즐겼지만 지금은 가공식품과 강한 양념을 멀리한다. 식당들을 찾아다녀 봐도 마음 놓고 먹을 만한 곳이 많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먹고 싶은 건강한 밥상을 직접 차리게 됐다.

그가 말하는 건강식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천천히 조리해 정성껏 차려내는 것. 그는 이를 ‘좋은 재료에 정성 한 스푼’이라고 표현했다. 식당은 손이 많이 가는 한식 특성상 예약제로 운영한다. 그는 “급하게 하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며 “손님들도 천천히 식사하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래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다. 한 손님이 음식을 많이 남겨 입맛에 맞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자신이 암 말기 환자라고 털어놨다. 그 손님은 “죽고 싶은 마음으로 왔는데 오늘은 정말 행복하게 먹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런 일을 겪으면 식당을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 특성상 외국인 손님도 많다. 크루즈 관광객 등 외국인 손님에게 개별 상차림으로 한식을 내놓는데 반응이 좋다. 박 대표는 “그 한 끼가 한국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식당 문을 열 때마다 그는 여전히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흔들린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몸이 고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제철 재료를 고르고 주방에 서는 순간 다시 마음이 움직인다고 했다.

식당 문을 닫은 오후면 그는 또 시장으로 간다. 새벽마다 시장으로 향하던 엄마의 길을 이제는 자신이 걷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음식을 하면서 매일매일 엄마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고 난 뒤 그는 맛있으면서도 먹는 사람의 몸이 편안한 음식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도 그 마음으로 다음 식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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