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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 쿠루미 과자점...매일 1%씩 맛있어지는 빵집


 

일본 츠지제과전문학교를 나온 ‘쿠루미 과자점’ 김성진 대표는 매년 한 번씩 전 직원을 일본에 시찰 보내고 있다.

일본 츠지제과전문학교를 나온 ‘쿠루미 과자점’ 김성진 대표는 매년 한 번씩 전 직원을 일본에 시찰 보내고 있다.

부산 대표 음식을 개발하는 사업인 ‘B-푸드 레시피’를 비롯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린 ‘잇츠시네마’, 축하 이벤트 ‘부귀영화로:Scene to Table’ 등에 계속 이름을 올리는 가게가 있다. 부산도시철도 명륜역 앞의 ‘쿠루미 과자점’이다. 이름에서 일본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성진 대표는 일본의 요리 명문 츠지제과전문학교를 나왔다. 법대를 다니던 학생이 군대에 가서 제과에 꽂힌 유별난 사연이 있었다.

군에서 휴식 시간에 방송 ‘걸어서 세계 속으로’ 벨기에 편에서 나온 초콜릿 장인들을 보다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그 즉시 휴가를 신청해서 제과 장인들을 찾아다녔단다. ‘쿠루미’란 이름도 일본 록밴드 ‘미스터칠드런’의 노래 쿠루미에 감동을 받아 지었다니, 김 대표가 어떤 감성의 소유자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쿠루미 과자점의 크레센토.

쿠루미 과자점의 크레센토.

그는 남들보다 제과를 늦게 시작했으니, 유학을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한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분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프랑스에서 배운 걸 들고 오면 한국에서 바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일본에 가서 같은 동양인에게 한 번 소화가 된 거를 배우는 게 어떠냐?”라고 말했다. 그렇게 입학한 츠지에서 처음 들었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교장 선생님은 “빵 공부라는 건 기준을 만드는 거다. 100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80점, 90점짜리도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기준도 없이 자기 것을 100점이라고 생각하면 발전이 없다.
 

쿠루미 직원들은 모두가 빵을 만들고, 돌아가면서 카운터도 본다.

쿠루미 직원들은 모두가 빵을 만들고, 돌아가면서 카운터도 본다.

일본과의 인연은 유학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공기도 땅도 좋은 홋카이도산 밀가루 유메치카라를 직접 수입해 식빵을 만든다. 10년 동안 매주 식빵을 사는 단골들을 보면 그 보람이 느껴진다. 요즘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비싼 팥은 강원도 정선에서 나오는 국산을 계약 재배해서 사용한다. ‘기술은 몰라도, 재료는 국내에서 제일 좋은 거를 쓴다’가 그의 겸손한 자부심이다.

쿠루미 직원들은 모두가 빵을 만들고, 돌아가면서 카운터도 본다. ‘내가 만든 것을 내가 팔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드는 사람이 직접 판매에 나서니 손님 입장에서 더 신뢰가 간다. 창업해 나간 옛 직원들도 "우리가 장사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그 대목이 제일 고맙다”라고 입을 모은다. 쿠루미는 매년 한 번씩 김 대표가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 전 직원들을 일본에 시찰 보내고 있다. 제품의 질을 올려 가게를 성장시키려면 혼자 힘만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온, 주방 온도, 반죽 온도, 물 온도를 매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기온, 주방 온도, 반죽 온도, 물 온도를 매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주방 벽에 붙은 플래너에서 빼곡한 숫자들을 발견했다. 일 년간 매일의 기온, 주방 온도, 반죽 온도, 물 온도를 빠짐없이 모두 기록한 것이었다. 빵은 기온은 물론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 년 365일 똑같은 빵이 나가기 위해 모든 변수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급변하는 계절에도 ‘오늘은 실수로 빵이 좀 안 좋아졌어도, 내일은 무조건 제대로 맞추자’라는 의미다. 쿠루미는 매일 1%씩 맛있어지는 가게를 지향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가게가 될 것 같다. 그날 빵은 무조건 그날 소진한다. 무릇 빵은 그래야 한다.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 71-1. 글·사진=박종호 기자 

 

※게재일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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