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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우나쥬...30년 경력 일본인 셰프의 장어덮밥
‘우나쥬’ 김동섭 대표는 일본으로 건너간 지 30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와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를 선보이고 있다. 블로거 ‘울이삐’ 제공
민물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민물에서 성장한 뒤 다시 깊은 바다로 회유한다. 민물장어에게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맨몸으로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지 벌써 30년 세월이 되었다고 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자수성가한 외식 사업가가 말년에 부산으로 돌아와 새로 음식점을 열고 고생을 사서 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어덮밥 전문점 ‘우나쥬’ 김동섭 대표의 인생이 묘하게도 민물장어를 닮았다.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블로거 ‘울이삐’ 제공
민물장어는 일본어로 우나기다. 가게 이름 ‘우나쥬’는 우나기에다 목숨 수(壽)를 합쳐서 만들었다. 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장어를 드시고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봉사를 통해 일본 땅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수천 명분의 식사를 탑차에 싣고 달려갔다. 지진 발생 한 달 만에 민간인으로서는 가장 먼저였다. 큰 지진이 날 때마다 매번 그랬다. 금요일에는 십 년 넘게 보육원을 찾아가 김밥을 같이 말고, 한국 이야기도 하면서 봉사했다. 나고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먼저 연락이 올 정도로 그렇게 신뢰를 얻었다.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일본에서 아이 낳고 키우며 사람들한테 도움받았으니 당연히 하는 일이었다.
소금구이. 블로거 ‘울이삐’ 제공
수구초심이란 말이 그래서 생겼을까. 나이가 드니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본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종목이 나고야의 명물, 장어덮밥인 히츠마부시다. 일본에서는 장어를 쪄서 구우면 도쿄식, 바로 구우면 나고야식이라고 부른다. 우나쥬는 초벌 장어를 다시 구워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이라는 말 그대로다.
‘우나쥬’는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를 선보인다. 블로거 ‘울이삐’ 제공
민물장어는 조리법이 어려워 전문 셰프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꼬치 끼우기 3년, 손질법을 익히는데 8년, 굽는데 평생’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친구인 김 대표를 믿고 한국으로 온 나고야 장어전문점 30년 경력의 와키타 다이사쿠 셰프의 솜씨에는 한 치의 빈틈이 없었다. 주방에서 만난 다이사쿠 셰프는 “소스가 50%, 굽는 방식에서 50% 차이가 난다. 이 장어는 탈 것인가, 타지 않을 것인가?”라는 선문답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장어가 타기 직전까지 잘 구어야 그 맛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노르스름한 소금구이에서 드러난 장어 빛깔은 황홀할 정도였다.
김동섭 대표와 와키타 다이사쿠 셰프. 블로거 ‘울이삐’ 제공
히츠마부시를 먹기 위해선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즉석에서 굽고 모리츠케(플레이팅)까지 15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처음엔 장어 그대로, 두 번째는 와사비와 고명을 풀어서, 세 번째는 오차즈케(녹차물)로 각각 다르게 즐겼다. 민물장어를 통해 일본을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다. 전통 음식은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현지 셰프의 솜씨를 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식약청 검사 결과 위생 상태가 매우 우수하다는 별 3개를 받았으니, 믿고 먹어도 되겠다. 김 대표는 잠잘 때 말고는 항상 앞치마 차림이라고 했다. ‘앞치마 표’ 김 대표가 고향에서 펼치려는 마지막 봉사가 제대로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67번길 39.
박종호 기자(nleader@busan.com)
※게재일: 2025-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