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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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연근해...얼큰하고 진한 맛의 우럭 매운탕
2025.05.29

얼마 전 우럭 매운탕 제대로 하는 집들을 만났다. 우리가 보통 아는 매운탕 국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럭의 고소한 맛과 매운 맛의 만남이 환상적이었다. 뭐가 많이 우러나와서 '우럭'이라 이름 붙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국물 맛이 기가 막혔다. 매운탕이라고 매운 맛만 나는 것이 아니었다. 우럭 때문에 매운탕을 다시 봤다.
이 집을 소개하기 전에 고백부터 하나 하겠다. 맛집을 취재하다 보면 음식이 너무나 맛있을 때가 있다. 그러면 취재라는 목적을 잠시 망각하고 '먹는다'기 보다 '흡입하는' 식으로 먹게 된다. 먹고 난 후에는 걱정이 밀려온다. 정말 맛있는데, 이 맛을 기사로 어떻게 표현하지?
부평동의 '연근해'도 그렇게 '폭풍 흡입'하면서 음식을 맛본 몇 안 되는 집 중의 하나다. 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매운탕은 그리 끌리는 메뉴가 아니었다. 게다가 매운탕은 술 좋아하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지, 깔끔하고 우아한(?) 입맛을 가진 기자가 즐겨 찾을 만한 음식은 아니었다. 이 집의 우럭 매운탕을 맛보기 전에는 그런 줄 알았다.
이 집은 적산가옥처럼 보이는 허름한 건물의 1층에 위치해 있다. 장사가 잘된 덕분에 맞은편에는 비교적 깔끔한 작은 홀도 있다. 우럭 매운탕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옆 자리의 아저씨들도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그런데 양을 좀 적게 달란다.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우럭 매운탕이 나오는 순간, 흠칫 놀랐다. 지름이 20㎝ 정도 되는 큰 국그릇에 매운탕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릇만큼이나 그 안에 들어간 우럭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쓸개를 뺀 우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다. 손이 커서 재료를 듬뿍 넣는다는 조계월 대표의 씀씀이가 짐작되었다. 조 대표는 원래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는데, 국물이 맛있다고 더 달라는 손님이 많아 아예 한 대접 그득하게 담아 준다고 했다.
이 집 매운탕의 국물 맛은 참 신기했다. 일단 국물이 진했다. 고춧가루의 칼칼할 맛만 나면 매운탕이라 생각하는 여느 매운탕과는 다른 맛이다. 고소하고, 순하고, 얼큰했다.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나는 입 속에 확 번지는 매운맛이 아니었다. 국물을 떠 보니 무, 미나리 등이 들어있다. 그리 특별한 재료도 아니다. 필시 뭔가 육수를 우려내어 쓰나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란다. 그저 우럭만 사용한단다.
그럴 리가 없다고 의아해하자, 집 앞의 수조를 가리켰다. 매일 아침 싱싱한 생선을 직접 사오거나 활어차로 공급받는다고 했다. 수조 안에 몸통이 까만 우럭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싱싱한 재료의 맛이란 바로 이런 거였다. 매운탕 안의 우럭 살이 탱탱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집은 우럭 매운탕뿐 아니라 생태탕, 대구탕, 아귀탕 등 상호처럼 연근해에 나오는 각종 생선으로 끓인 탕과 회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다른 탕의 맛도 수준급이다. 낡고 작은 가게라 화장실 사용이나 주차가 불편한 것은 단점이다.
우럭 매운탕 1만 6000원. 대구탕 1만 8000원, 생태탕 1만 5000원. 영업시간 09:00-22:00. 부산 중구 보수대로44번길 7
송지연 기자
※게재일: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