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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멍텅구리...술을 술술 부르는 주당들의 파라다이스

2025.05.27

 


'엉터리'가 '멍텅구리'가 되었다. 두 이름 모두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인다. 하지만 '멍텅구리'가 더 자기를 자책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7년 단골임을 자처하는 한 손님은 "음식 맛은 최고다"라며 무한 애정을 드러낸다.

자리를 옮기고 이름을 '멍텅구리'로 바꾼 지는 한 달 정도가 되었다. 들어보니 사연이 있다. 멀리 가지 않았고, 여전히 깊은 손맛을 볼 수 있으니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멍텅구리가 5번째 가게이다. 경력으로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과거 '엉터리'라는 상호의 유래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도, 메뉴도 정해진 것이 별도로 없으니 그게 엉터리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부끄럽다며 이름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사장님은 "우리 남편이 그냥 지은 거다. 이번 가게 이름도 역시 그렇고…"라며 온갖 해석을 일축했다. '단디무라'라고 적힌 메뉴는 어떤 것을 골라도 각 3만 원이다.

 

술안주로 더 좋은 이 집의 메뉴는 전체 양은 같지만, 구성원과 비중은 달라지기도 한다. '문어와 새우'의 경우 오늘 문어가 많으면 새우가 적게 나오는 식이다. 주문도 하기 전에 기본 상이 먼저 차려진다. 홍합과 미역을 넉넉히 넣고 오랫동안 끓인 홍합미역국이 나왔다. 주문한 빙장회가 나왔다. 얼음 마사지를 받아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횟감은 계절과 그날 장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마늘, 막장, 초장, 고추냉이, 고추, 참기름, 깨소금이 환상적인 비율로 든 장도 동반 출연했다. 무엇을 찍어도 맛없기 힘든 조합이다.

 

 

 

문어 숙회는 탱탱하게 잘 삼겼다.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맛이 달다! 큰 솥에 든 매운탕도 서비스로 나왔다. 하지만 공짜라고 만만히 보면 안 되겠다. 빨간고기와 잡어 등을 통째로 넣어서 끓여 내었다. 얼큰한 국물이 맛있다. 생선 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술이 술술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소주병이 수북하다. 주당들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사장님이 아침 장을 보러 가다가 큰 교통사고가 났다. 그 일로 가게 문을 1년 반 정도 닫았단다. 아침 장은 배달로 받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물건은 직접 보고 사야한다. 손님에게 싱싱한 거 잘 먹이고 싶다. 그 정성을 알아주니 또 찾는 사람이 많고 장사도 재밌다"고 말한다. 손님을 위해서라면 멍텅구리처럼 보여도 좋은 거다.


빙장회, 가오리 무침, 두루치기, 꼼장어, 장어구이 각 3만 원.  부산 영도구 절영로93번길 11.  

 

박나리 기자

※게재일 :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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