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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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 동신참치...대가 기술 들어간 '만점 맛'
2025.05.16

부산에서 참치를 제대로 즐기려면 ‘동신참치’에 가야 한다는 말을 하면 지나친 것일까.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참치전문점이라는 뜻이다. 부산 동래구 온천장로 동신참치(대표 김경호)는 올해(2021년 현재) 개업 30주년을 맞았다.
김 대표는 경남 거제 출신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게 힘들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부산에 왔다. 처음에는 남포동 불고기집에서 일했다. 나중에는 당시 부산초밥에서 일하던 친구 덕에 직장을 옮겼다. 이후 부산 곳곳의 초밥집을 다니며 근무했다. 온천장 대성관초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기술을 제대로 익혔다.

김 대표는 북구 덕천동에서 식도락이라는 일식집을 개업했다. 일이 너무 많아 가족 건강 문제 때문에 문을 닫았다. 1991년 조금이라도 덜 힘든 업종을 고르자고 해서 선택한 게 참치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초 가게를 리모델링했다. 과거에는 없던 주차장도 새로 설치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준비를 미리 한 셈이다.

한 종류의 식재료만으로 30년 동안 한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만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참치 냉동과 해동 기술이다. 그는 부산에서는 최초로 참치전문냉장고를 도입한 사람이다.
과거에는 일반냉장고에 참치를 보관했다. 하루 만에 색이 변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영하 60도 이하의 온도를 내야 하는데 일반냉장고는 20~30도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던 그는 병원용 혈액 보관 냉장고를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중에는 영하 60도 아래로 떨어지는 참치전문냉장고가 별도로 개발됐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는 매일 생 참치를 다룬다. 통마리를 해체해서 부위별로 판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치 수요가 적어 생 참치를 팔 수 없다. 그래서 영하 60도 이하로 냉동한 다음 해동해서 팔아야 한다. 해동하는 게 기술”이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해동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식염수 해동이었다.
소금물을 체온과 비슷한 36~37도 정도로 끓인다. 염도는 바닷물과 비슷한 게 가장 적당하다. 참치를 넣어 약간 휠 정도가 되면 꺼낸다. 물기를 닦아내고 계절에 따라 30분 정도 놔두면 숙성이 된다. 물이 따뜻해서 겉은 부드럽고 속은 딱딱해진다. 종이나 헝겊으로 싸놓으면 산화가 골고루 방지된다.
종업원이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들어온다. 참치를 먹기 전 입맛을 돋우는 요리다. 생 해삼창자와 문어다리 초회, 샐러드, 전채 등이다. 초회는 문어다리, 새우, 방풍, 오이채를 간장, 식초를 섞은 양념과 버무려 만든 음식이다. 전채는 두릅, 전복, 계란말이, 참치 알로 구성돼 있다.
생 해삼창자는 젓갈인 고노와다보다 덜 짭짤하다. 날것이지만 그다지 비리지도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초회는 상큼한 식초 맛이 어우러진 바다의 맛이다.

이어지는 음식은 모둠 참치다. 배꼽살과 뱃살, 볼살이다. 광어회도 들어 있다. 금가루가 뿌려진 볼살은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참치의 느끼한 맛이 덜하고 마치 소고기육회 같은 느낌을 준다. 하얀 지방 속에 불그스레한 살 부위가 박혀 있는 배꼽살은 고소하면서 풍성한 분위기를 주는 맛이다. 마블링이 잘 된 소고기 같은 느낌을 주는 뱃살은 달콤하고 부드럽다. 배꼽살과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생 겨자를 듬뿍 얹어 간장에 찍어먹는 게 좋다.
참치와 함께 새알처럼 작은 밥이 나온다. 뱃살로 밥을 싸서 초밥처럼 먹으면 느끼한 맛을 덜어내고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김치 한 조각을 추가하면 더 상큼한 느낌을 준다.

참치 회를 다 먹을 무렵 볼살 육회가 나온다. 일정 가격 이상을 주문한 고객에게 대접하는 ‘서비스’ 음식이다. 참치 볼살 부위에 배 채와 파, 김을 넣고 참기름, 소금, 마늘, 설탕 등으로 마무리한 육회다. 볼살 회만큼이나 고소하면서, 달콤한 배 맛과 상큼한 파 맛이 잘 어울린다.
간장 양념을 뿌린 참치 턱 부위 구이가 뒤를 따른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광어 초밥, 김밥, 오이 등 채소를 넣은 깻잎말이도 무시할 수 없는 맛을 자랑한다. 마지막은 광어뼈를 곤 국이다. 제법 오래 끓인 덕에 상당히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배어나온다.

남태우 선임기자
※게재일: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