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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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천성산...사계절 언제가도 장관인 화엄벌
2025.05.09
4계절 어느 때 찾아도 나름의 감동을 전하는 천성산 화엄벌. 지금은 어린 억새의 초록바다로 풋풋한 싱그러움이 산상의 구릉을 가득 메우고 있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920m)에 대한 문의가 가끔 온다. 가깝게 찾을 수 있는 데다 손꼽히는 명산이기 때문일 게다. 게 중 화엄벌에 관한 문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느냐, 혹은 가족과 함께 가도 괜찮냐' 등이다.
이번 주 산&산은 독자들의 이런 문의에 답변도 할 겸 화엄벌을 찾았다. 사실 화엄벌은 본란에서 소개한 바 있다(2004년 9월 23일자 산&산16 참조). 하지만 당시는 화엄벌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명소도 함께 소개하는 바람에 화엄벌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상당한 세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화엄벌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튼 이는 화엄벌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번 기회에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제공코자 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화엄벌을 지금 올라도 괜찮나 하는 부분이다.
화엄벌은 잘 알다시피 재약산 사자평이나 신불산 신불평전엔 못 미치지만 수십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구릉이 압권이다. 바로 그 구릉에 햇살 여문 가을이 찾아오면 '은빛 유혹'으로 비유되는 억새가 지천을 이룬다. 그 억새가 바람에 이끌려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을 이리저리 비질하는 모습은 '아찔한 풍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7월이지 않냐며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지금 화엄벌에 오르면 은빛 유혹의 감동은 만나볼 수 없다. 대신 풋풋함이 싱그러운 초록 세상의 진수는 눈이 시리도록 만끽할 수 있다. 억새가 자라 어느덧 산상의 초록 천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풍광이 더 황홀한 감동이라고도 한다.
현재 화엄벌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산길은 상북면 대석리 홍룡사 뒤쪽으로 나 있다. 해발 700m 후반대의 화엄벌에 오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넉넉잡아 1시간20분이면 충분하다. 처음에 다소 가팔라서 그렇지 크게 힘들지 않은 데다 위험하거나 거칠지도 않아 가족과 함께 올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다.
산&산 팀은 이것을 근간으로 해서 다음과 같은 코스를 만들어 봤다. 먼저 양산8경의 하나인 홍룡폭포를 경로에 넣었다. 동해바다가 보이는 해맞이 장소도 곁들였다. 그리고 원점회귀를 위해 비교적 깨끗하고 부드러운 원효암 계곡길을 하산로로 포함시켰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홍룡사 입구 홍룡교~홍룡사(홍룡폭포)~화엄벌~천성산 해맞이장소~원효암~원효암계곡~홍룡사 주차장 순이다. 이렇게 코스를 만들어 답사를 해 보니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휴식을 포함하니 4시간30분쯤 걸렸다. 워킹을 주로 하는 산꾼들에게는 다소 미흡할 수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 쉬엄쉬엄 걸어가는 산행이라면 한나절 코스로 적당하다 하겠다.
길은 들머리와 원효암계곡으로 내려서는 부분만 신경쓰면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이정표가 그런대로 잘 나 있고 길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스를 달리해 화엄벌을 오르고 내릴 경우 개념도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특히 이번 개념도는 상북면 일대의 임도를 상세히 표시해 두었다. 임도가 많아 산길이 복잡한 천성산에서의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산행 출발점은 홍룡교다. 홍룡교는 대석마을 대석저수지를 지나 홍룡사 방면으로 차로 2분쯤 더 올라가면 만나는 콘크리트 구조 다리다. 다리를 지나 바로 차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국수 등을 파는 간이매점이 보인다. 들머리는 그 매점 뒤 계곡으로 열려 있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지점에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계곡으로 내려서면 오른쪽 전방으로 두 갈래 물이 합쳐지는 지점이 보인다. 그 물길 사이 산길이 실질적인 들머리다. 계곡의 암반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 신발을 벗지 않고도 다가갈 수 있다. 물론 홍룡사 가는 길은 이 들머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들머리를 이용할 경우 홍룡사에 들렀다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들머리를 잡은 것은 홍룡사로 이어지는 좁은 찻길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찻길을 게의치 않겠다면 굳이 강요할 이유는 없다. 들머리에 올라서면 등로는 농로 수준의 넓은 길로 연결된다. 홍룡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기까지 줄곧 이 길을 따르면 된다. 초입 부분에는 키 큰 나무가 하늘을 가려주지만 점차 하늘이 드러난다. 수년 전 발생한 산불로 나무들이 타버렸기 때문이다.
홍룡사로 내려서는 길은 들머리에서 17분쯤 가면 오른쪽 아래로 만난다. 내려서는 지점 왼쪽에 돌무더기가 있어 참고가 되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주변의 지형상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홍룡사는 신라시대 원효가 '낙수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다고 절의 유래에서 밝히고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며 현재는 대웅전 무설전 등의 전각과 당우를 건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홍룡폭포는 절 오른쪽 '수정문'을 통해 올라가는 협곡에 있다. 삼층비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인데 용이 폭포 아래에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갈림길에서 홍룡사까지 3분, 다시 폭포까지 2분쯤 걸린다.
화엄벌은 등로로 되돌아와 정면의 뚜렷한 오름길을 따르면 된다. 바위가 쉼터를 이루고 있는 곳까지 가파르게 오르지만 이후로는 비교적 순하게 오른다. 바위쉼터까지 25분, 다시 전망바위까지 17분, 화엄벌 능선 갈림길까지 10분이 더 걸린다.
능선 갈림길에서 천성산 정상은 오른쪽 방향이다. 왼쪽에 습지 감시초소와 전망바위가 있다. 특히 전망바위는 사람 키 높이 정도지만 그곳에 올라 바라보는 화엄벌이 대단하다. 지금은 초원의 바다를 이룬 어린 억새의 '아우성'이 장관이다. 3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갔다 오도록 한다.
초록의 세상은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목책을 따라 산등성이로 진행하면 더욱 짙은 색깔로 다가온다.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가르마 같은 샛길이 나 있는 원효암 갈림길까지 15분, 갈림길을 직진으로 통과해 골짝으로 잠시 떨어졌다 다시 올라서서 만나는 능선 이정표(제2봉 갈림길)까지 20분이 더 걸린다. 원효암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허리 길을 따르면 원효암과 홍룡사로 바로 갈 수 있지만 거칠고 험한 것이 단점이다.
이정표가 있는 능선 갈림길에서 약간 왼쪽(천성산 제2봉쪽)으로 3분쯤 진행하면 동해바다가 보이는 해맞이장소에 닿는다. 쉼터가 많아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원효암은 능선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홍룡사 방면을 따르면 된다. 능선으로 올라왔을 때의 방향으로 보면 오른쪽 아래 사면길이다. 이 길은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의 왼쪽 사면길로 정상으로의 접근이 금지돼 있어 에돌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등로 곳곳에 지뢰 경고판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사면길을 돌아가면 15분쯤 걸려 옛 부대 진입로에 닿는다. .
일부 아스팔트로 포장된 옛 부대 진입로에서의 등로는 직진방향의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8분쯤 그렇게 따라 내려가면 도로가 굽이치는 지점을 만나는데 등로는 여기서 진입로를 버리고 정면의 산길로 연결된다. 혹 그 길을 놓쳤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원효암 올라오는 버스종점에서 원효암으로 연결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산길로 올랐다면 곧 원효암으로 연결되는 넓은 길로 내려서게 된다. 원효암은 그 길로 내려서서 오른쪽 방향이다.
원효암계곡은 원효암 가는 길을 따라 3분쯤 가면 만나는 왼쪽 아랫길로 연결된다. 이정표가 맞은편(오른쪽)에 있어 참고한다. 원효암을 들른다면 되돌아와야 할 지점이다. 원효암은 이정표에서 2분 거리다. 청기와가 인상적인 원효암 역시 원효선사가 창건했으며 현재의 당우는 1980년에 중창되었다고 창건 내력에 적혀 있다.
원효암계곡으로 내려서면 이후 부드럽고 뚜렷한 옛길을 따르면 된다. 20분쯤 내려가면 물길을 건너고 다시 30분쯤 더 내려가면 목재로 멋진 다리를 만들어 놓은 합수 지점에 닿는다. 첫 물길을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다리에 닿기까기 계곡을 왼쪽으로 보면 때론 가깝게, 때론 멀리 떨어져 나란히 내려간다. 이름은 없지만 앙증맞은 폭포와 소들이 정겹고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이 의외로 시원하다. 다리에서 홍룡교 앞 간이매점까지는 5분쯤 걸린다.
글·사진=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