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국립공원 지정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금정산은 지난 3월 3일 우리나라의 24번째 국립공원이자 첫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새 이름을 공식적으로 얻었습니다.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100일을 맞아 국립공원의 마스코트 격인 깃대종(flagship species)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공감하는 중요한 종’을 뜻합니다.
금정산국립공원에도 지난 4월 깃대종이 선정(부산닷컴 4월 20일 보도)됐습니다. 바로 가는동자꽃과 고리도롱뇽입니다. 모두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돼 보전의 필요성이 높고, 금정산의 생태적 가치와 특성이 잘 드러나는 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습니다.
■2차례 회의, 선호도 조사 거쳐
금정산국립공원 깃대종을 선정하는 과정은 치열했습니다. 금정산국립공원의 깃대종 선정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지난 2월입니다. 국립공원공단은 16명으로 구성된 깃대종 선정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여기에는 부산시와 경남 양산시 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교수 등이 참여했습니다. 위원회는 2차례의 회의를 거쳤고,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반영해 깃대종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금정산국립공원 사무소는 지난 2월 1차 회의에서 동·식물 각 7종을 깃대종 후보로 제시했습니다. 위원들은 각자 후보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종합해 △가는동자꽃 △꼬리말발도리 △키큰산국 △큰하늘나리 등 식물 4종과 △고리도롱뇽 △양산꼬리치레도롱뇽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 등 동물 4종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습니다.
식물 후보종은 위원들 사이에서 쉽게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국내에서 금정산이 유일한 자생지로 확인된 가는동자꽃은 금정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손색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1차 회의 이후 지난 3월 치러진 대국민 선호도 조사에서도 가는동자꽃은 약 43%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도롱뇽’ 두고 펼쳐진 자존심 대결
반면 고리도롱뇽이 깃대종에 선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고리도롱뇽과 또 다른 후보인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사이 형성된 미묘한 ‘지역 구도’ 때문입니다. 금정산국립공원 면적의 약 20%에 해당하는 양산 지역 출신 위원들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깃대종으로 적극 지지했습니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금정산 일대에 서식하는 여러 도롱뇽 종 가운데서도 특히 희귀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부산 출신 위원들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금정산은 지난 20년간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정작 상징물 명칭에는 ‘양산’이 들어가면 시민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국민 선호도 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각각 약 26%(2위), 23%(3위)의 표를 얻어 팽팽했습니다. 참고로 당시 1위에 오른 긴꼬리딱새(30%)는 수려한 외관으로 캐릭터성이 높다고 평가됐지만, 여름에만 찾아오는 철새라는 점 탓에 위원들 사이에서는 높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후보 간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자 절충안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한 종을 택해 갈등의 소지를 만들지 말고 ‘도롱뇽’ 혹은 ‘금정산 도롱뇽’을 깃대종으로 삼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견은 결국 기각됐습니다. 도롱뇽은 일반명사이자 국내에 서식하는 특정 종의 학명이기도 하기 때문에 금정산의 생태 특성을 대표해야 하는 깃대종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고 2차 회의 끝에 위원들이 제출한 서면 의견서에서 고리도롱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사실 깃대종 후보로서 도롱뇽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2003년 금정산과 연결된 천성산에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터널을 짓는 과정에서 도롱뇽 등 생태 파괴를 이유로 제기했던 ‘도롱뇽 소송’ 등 사회적 갈등의 기억과 이미지가 깃대종에 투영된다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금정산이 오히려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제는 도롱뇽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 생태적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고리도롱뇽은 금정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 가치를 더 친숙하게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깃대종이 처음 도입된 건 약 20년 전인 2007년입니다. 지금은 금정산국립공원을 포함한 국립공원 24개소에서 식물 23종, 동물 22종 등 총 45종이 깃대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여기에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처럼 널리 알려져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친숙해진 깃대종도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깃대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깃대종 캐릭터는 물론 다양한 굿즈도 개발됐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가는동자꽃과 고리동롱뇽도 조만간 캐릭터화되고 굿즈도 출시될 전망입니다.
깃대종 개념은 1993년 UNEP(국제연합환경계획)이 발간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 가이드라인’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멀리서 봐도 쉽게 눈에 띄는 깃대처럼, 사람들이 자연과 생태계를 쉽게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생태적 가치의 회복을 이끄는 개척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치열한 토론 끝에 깃대종으로 선정된 가는동자꽃과 고리동롱뇽이 앞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금정산국립공원의 마스코트이자 ‘깃대’ 역할을 톡톡히 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