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아테네 학당 내부. 4층 천장에 라파엘로의 명화 ‘아테네 학당’을 그려 넣었다.




아테네 학당 3층에 있는 라파엘로의 ‘자화상’. 철학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김대권 아테네 학당 대표는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 중 한 명이었던 라파엘로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3층에는 라파엘로의 또 다른 그림 ‘자화상’이 벽에 걸렸다. 김 대표는 “라파엘로는 당대 최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수없이 모사하며 나름의 화풍을 만들어냈다”며 “‘아테네 학당’ 그림에 등장하는 고대 철학자들의 얼굴은 자신이 평소 존경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동시대 예술가나 저명 인사들의 초상을 대신 그려 넣었다. 재밌는 발상 아니냐”며 웃음 지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 헤라클레이데스, 유클리드, 에피쿠로스…. ‘아테네 학당’에는 모두 54명의 고대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김 대표는 복합문화공간 아테네 학당으로 끄집어낼 인물로 이 중 5명(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히타피아)을 엄선했고, 흉상으로 제작해 4층에 전시했다. 히타피아에 대해선 특별히 첨언했다. 그는 “최초의 여성 수학자이기도 했던 철학자 히타피아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흉상으로 만들어 알리는 것도 의미 있고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테나 학당’ 그림에는 벽기둥 양쪽에 두 석상이 있다. 왼쪽은 아폴론 신, 오른쪽은 아테나 여신이다.
건물 1층 로비에는 아폴론 전신상이, 4층에는 아테나 전신상이 있다. 김 대표는 정크 아트(폐품·잡동사니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의 대가 김후철 작가에게 전신상 제작을 의뢰했다. 처음엔 석고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지만, 헌책을 다시 본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정크 아트 쪽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 로봇을 주로 제작했던 김후철 작가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전신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아테테 학당을 ‘아테네 학당’ 자체로 꾸몄다. 그는 “전신상과 흉상, 그림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친절한 설명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 행사의 허브로… 책방골목 활력 ‘기대’
아테네 학당 내부 벽면은 헌책의 해짐을 콘셉트로 했다. 낡고 오래된 듯하지만 고전적이면서도 중후한 느낌이 든다. 전문 아트페인팅 업체에 맡겼는데, 여러 차례 붓질을 해 그런 느낌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3층은 고전적이고 오래된 느낌이, 4층은 산뜻하면서도 단순한 느낌이 나도록 테이블, 의자 등을 골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노란 조명과 곳곳에 달린 샹들리에는 마치 유럽의 한 건물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도 고풍스럽다.
아테네 학당 1층은 서점, 2~4층은 카페를 기본으로 하고,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1층에는 기존 있던 우리글방, 충남서점, 국제서점 등 3개 서점이 그대로 영업 중이다. 2층에는 커피와 음료, 빵을 주문하는 공간과 독립 공간으로 꾸몄다. 독립 공간은 서재처럼 꾸미고 빔 프로젝터도 설치된다. 독서 모임, 세미나, 스터디 등이 가능하다. 행사 주제나 규모에 따라 2~4층 전체나 일부 층을 대관한다는 김 대표의 구상이다.
카페에서 판매할 시그니처 커피와 빵도 컨설팅을 받아 완성했다. 고심이 깊었던 시그니처 커피 이름은 <부산일보> 박종호 수석논설위원의 추천을 받아 ‘밀다원’으로 정했다. 밀다원은 피란 시절 광복동에 있었던 다방이다. 김동리, 황순원, 김말봉, 이중섭, 김환기 등 문인과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밀다원은 에스프레소 투샷에 물은 조금 적게 부어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중간 맛이다. 각설탕까지 기호에 따라 넣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커피라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예전 문인들이 밀다원에서 즐겨 마셨던 커피 스타일이라고 한다.
시그니처 빵 이름은 ‘보수동 책빵’으로 정했다. 책을 펼친 모양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착안한 이름이 기발한데, 그 모양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김 대표는 시그니처 빵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테네 학당이 등장을 준비하는 동안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벌써 긍정적인 기운이 꿈틀댄다. 김 대표는 “인근 상가가 2년 넘게 비어 있었는데, 임차인이 나타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라며 “아테네 학당이 책방골목 활성화의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책방골목 서점들은 재개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지만 아테네 학당이 책방골목 부활의 신호탄이 됐으면 하고 기대한다. 아테네 학당 1층에 있는 충남서점 남명섭 대표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5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책방골목의 산증인이자 터줏대감이다. 남 대표는 “아테네 학당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확실히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금씩 책방골목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