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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SUP

■스탠드업 패들보드 타 보니
광안리 바다서 난생 첫 SUP 도전
파도 잔잔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아
보드 누워 파도에 몸 맡기니 무념무상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일출 감동
해양 레저 하나쯤 즐겨야 부산에 사는 특권을 제대로 누리는 게 아닐까. 요트는 엄두가 안 나고, 서핑은 이 나이에 위험한 것 같고, 바다 수영은 좀 부담스럽고…. SUP(섭)! 진입 장벽이 낮다고 소문난 ‘스탠드업 패들보드(Stand Up Paddleboard)’가 떠올랐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통나무나 뗏목을 타고 노를 저어서 이동했으니, 이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종목도 없다. 게다가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광안리 SUP Zone을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했고, 요즘 외국인들까지 많이 신청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광안리 바다로 쑥 들어가 SUP 일일 체험에 나섰다.

SUP을 타고 광안리 바다에서 맞는 일출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SUP을 타고 광안리 바다에서 맞는 일출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달 22일 새벽. 알람을 맞춰 놓은 덕분에 오전 4시가 되기 전에 일어났다. 크레이지서퍼스의 ‘썬라이즈 SUP’ 에 참가하는 날이다. SUP을 타고 광안리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약속한 4시 40분 이전에 광안리 입구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대만인 부자, 반려견을 데리고 온 커플 등 모두 9명. 대부분이 첫 체험이라고 했다.

반려견은 보드 위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반려견은 보드 위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반려견도 SUP을 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개는 몸통이 낮고 네 발이 넓게 분산되어 중심 잡기가 편하다. 개가 사람보다 낫다. 파도가 치는 바다의 보드 위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매년 가을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참가하는 ‘태안 서프 독(SUP DOG)’ 축제가 열린다. ‘월드 도그 서핑 챔피언십’이라는 전문 서핑대회도 있다. 반면에 발끝에 물기만 닿아도 기겁하며 도망치는, 물을 무서워하는 개도 많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수영을 못해도 SUP을 탈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답은 “물을 지나치게 겁만 내지 않으면 가능하다”이다. SUP을 탈 때는 다리와 보드를 리쉬(Leash)로 연결해 놓는다. 리쉬는 보드에서 떨어졌을 때 보드와 멀어지지 않도록 안전을 위해 착용하는 필수 장비. 튜브가 발에 묶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다 구명조끼나 수영 슈트까지 입으면 더욱 안심이 된다.

SUP 체험을 하기 전에 기본 교육을 하고 있다.
SUP 체험을 하기 전에 기본 교육을 하고 있다.


오전 5시. 광안리 SUP Zone으로 이동했다. 사방은 아직 컴컴한데 광안대교만 반짝인다. 크레이지서퍼스 박현수 대표가 이날 강사로 나서서 20분 남짓 기본 교육을 했다. 처음 만져 보는 패들보드, 생각보다 넓고 길다. 이래서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가 싶었다. 보드는 서핑, 요가, 투어링, 레이스 등 용도에 따라 길이와 형태가 달라진다. 같은 SUP도 하드보드와 공기주입식에 따라 또 차이가 난다. 초보자들은 대개 길이 3m 너비 80㎝ 남짓한 올라운드 SUP을 사용한다.

먼저 보드의 앞뒤를 구분하는 법부터 배웠다. 노 젓고, 방향 바꾸고, 멈추고, 후진, 유턴하는 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한 번 듣고 그대로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인생도, 보드도 현장 학습만 한 게 없다. 생애 첫 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바닷물이 허벅지에 닿을 무렵 남들을 따라 보드 위에 올랐다. 이제부터 파도에 몸을 맡긴다.

광안대교는 완벽한 해상 표지판이자 반환점 역할을 한다.
광안대교는 완벽한 해상 표지판이자 반환점 역할을 한다.


보드 위에 양 무릎을 대고 엉덩이는 들고 노를 저었다. 감히 일어설 엄두는 내지 못했다. 처음엔 앞으로 잘 간다 싶었는데 이내 방향이 자꾸 틀어진다. 노를 수직으로 세워 저으면 직진성이 강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노를 10번 저어도 방향이 틀어지지 않고 직진하는 방법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좌우를 대충 섞어서 저었다. 그때 박 대표가 다가와 노의 앞뒤 방향을 거꾸로 들고 젓고 있다고 지적했다. 힘만 들고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였다. 로고가 새겨진 쪽이 앞으로 향하면 된다.

광안리는 파도가 잔잔해 초보자가 보드 타기에 좋다.
광안리는 파도가 잔잔해 초보자가 보드 타기에 좋다.


파도가 잔잔한 광안리는 확실히 초보자가 보드 타기에 좋았다. 서퍼들은 중심을 잃고 보드에서 넘어져 파도 소용돌이 속에 말려 들어가는 현상을 ‘통돌이 당한다’라고 표현한다. 통돌이 세탁기의 빨래가 된 것처럼 몸이 물속에서 데굴데굴 정신없이 굴러간다는 뜻이다. 센 파도를 만나 통돌이 한번 당하면 “서핑이 나하고 안 맞구나”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광안리는 곱게 세팅한 머리가 마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정도로 파도가 순하다.

SUP은 일어나서 노를 저어야 제맛이 난다.
SUP은 일어나서 노를 저어야 제맛이 난다.


광안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선두로 달리던 여성이 처음으로 일어나 노를 젓기 시작했다. 우리는 두 발로 서서 걷는 호모 에렉투스, 지금 타고 있는 것은 스탠드업 보드가 아니었던가. 용기를 내어 나도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자 보드가 마치 사시나무 떨듯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보드가 뒤집히고 곧 물에 빠질 것 같아 주저앉고 말았다. 두세 번 시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탓이다. 선두에 서서 달리는 분의 보드가 옆에 붙었다. 전에도 해보셨냐고 묻자 “일 년 전에 경험이 있었는데, 문득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라고 대답했다.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누우면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된다.
흔들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누우면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된다.


어느덧 광안대교 교각 아래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광안대교까지의 거리는 약 1.5km. 광안대교는 완벽한 해상 표지판이자 반환점 역할을 한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함께 출발한 사람들이 하나둘 보드 위에 눕기 시작한다. 나도 따라서 보드 위에 누웠다. 그리고 ‘말랑말랑하게’ 흔들리는 파도에 내 몸을 맡겼다. 무념무상(無念無想). 이 기분은 안 해보면 모른다. 그만큼 파도가 잔잔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일출 때 나오면 언제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일출 때 나오면 언제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때였다. 수평선에서 해가 올라오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새벽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일출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일몰 때가 더 아름답다지만, 멋진 풍경을 볼 확률은 일출이 더 높다. 광안리 해변부터 해운대의 마천루, 이기대의 울창한 산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이 이렇게 멋진 곳이었다는 깨달음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쉽지만 이제 육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갈매기는 수면 위를 낮게 날고, 숭어도 코앞에서 뛰어올랐다. 마치 육지 손님에게 하늘과 바다에서 환송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광안리 해녀도 만났다. 물질하던 해녀 세 분이 모여서 “내 나이 어쩌고…”라고 하는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들었다. 이 모든 소득이 바다에 나온 덕분에 생겼다.

기자 역시 돌아올 무렵 보드에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기자 역시 돌아올 무렵 보드에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이 차올라 보드에서 다시 일어나 보았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크게 힘들지 않게 일어났다. 그새 몸이 바다에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SUP은 역시 일어나서 노를 저어야 맛이 난다. 돌아보니 일행 중 꽤 여러 사람이 서서 노를 젓고 있다. 보드에서 실수로 떨어졌다가 쉽게 보드 위로 올라오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 무사히 육지로 돌아왔다. 고작 오전 7시다. 이날 하루는 길었고, 종일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도전을 한 덕분인지 활기가 넘쳤고 더 젊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경남 김해에서 온 박기윤·박주현 씨가 반려견 헤몽이와 함께 참가했다.
경남 김해에서 온 박기윤·박주현 씨가 반려견 헤몽이와 함께 참가했다.


경남 김해에서 온 박기윤·박주현 씨는 “유기견 헤몽이를 입양해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참가했다. 광안리 바다에서 세 가족이 함께 즐겨 더욱 뜻깊었고, 바다에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SUP을 타는 장면으로 SNS 프로필 사진을 바꿨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다음엔 친구, 가족들과 함께 참가해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다. 아참, 보드 위에서 물에 안 빠지려고 얼마나 용을 썼던지 지하철 계단 올라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진 제공=크레이지서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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