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 어때
부산 요 어때
'오륙도, 돌아가'지만 말고 이젠 상륙(?)해볼까
2025.05.14
오륙도 가운데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등대섬에 오르면 망망대해에서 홀로인듯한 고독감이 밀려온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가왕 조용필은 불후의 명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오륙도를 세상에 알렸다. 오륙도는 대한한국의 관문인 부산항의 입구이자, 부산시를 상징하는 문장(紋章)이다.
그런데 부산사람 중에도 정작 오륙도에 올라가 봤다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륙도는 그냥 바라만 보는 섬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오륙도에 상륙하는 배가 매일 1시간 간격으로 있기 때문이다.
■ 오륙도,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오륙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쪽부터 우삭도(방패섬·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의 5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대를 지키는 이가 상주하는 유일한 유인도로 우리가 갈 등대섬을 제외하면 모두 무인도이다.
우삭도의 또 다른 이름인 방패섬은 방패처럼 생겨 세찬 바람과 파도를 막아준다는 데서 유래했다. 솔섬은 섬의 꼭대기에 소나무가 자라서 그렇다. 수리섬은 갈매기를 사냥하기 위해 물수리·솔개·매 등 수리류가 많이 모여들어서 이름이 지어졌다. 수리섬에는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온 명나라 장수 만세덕(萬世德)의 비가 있었다고 해서 비석섬이라고도 불렀다. 세찬 바람으로 이 비석은 어느 땐가 없어졌다. 송곳섬은 섬의 모양이 뾰족하게 생겨서 이름이 붙었다. 굴섬은 오륙도 중 가장 큰 섬이다. 섬 가운데 굴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굴에서 자식을 빌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단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등대섬은 모양이 평평해 밭섬으로 불리다 등대가 생긴 이후에 이름이 바뀌었다.
이렇게 보면 여섯 개가 맞는데 왜 오륙도일까. 육지와 가장 가까운 방패섬과 솔섬의 아랫부분은 거의 붙어 있다. 그러니 썰물일 때는 한 개의 섬으로, 밀물일 때는 두 개의 섬으로 보여 오륙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1740년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에는 동쪽에서 보면 6개, 서쪽에서 보면 5개로 보여 오륙도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만 년 전에는 오륙도가 섬이 아니라 바다 쪽으로 길게 나온 육지였단다. 오랜 시간 조금씩 깎여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오륙도 근처는 좁은 목이 되어 조류의 흐름이 빨라져 뱃길로서는 위험한 곳이었다. 옛날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은 무사 항해를 빌기 위해 공양미를 던져 해신을 달랬다고 한다.
■ 성조호에 오르다
오륙도 SK뷰 아파트 앞 오륙도 선착장에서 오륙도를 왕복하는 '성조호'에 올랐다. 38인승의 작은 배다. 관광객도 더러 섞여 있지만 낚시꾼의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나가는 배를 보니 외국인으로 가득하다. 부산의 진짜 명소는 외국인이 더 잘 아는 모양이다.
성조호는 먼저 오륙도의 남쪽에 있는 작은 섬인 '똥섬'으로 향했다. 원래는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색깔이 노랗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다음 목적지는 일자방파제다. 일자방파제는 조도방파제와 함께 부산항의 관문 역할을 한다. 섬의 한쪽 끝은 노란 등대, 다른 쪽 끝은 빨간 등대다. 예전에 한 번 내린 적이 있었는데 낚시를 하지 않는 분에게 특별한 볼거리는 없었다. 다만 지나가는 컨테이너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는 있었다.
오륙도의 나머지 다른 섬도 내리기를 희망하면 배가 들렀다 간다. 굴섬의 정상 부근에는 마치 폭포와 같은 하얀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바닷새의 배설물이 비와 함께 흘러내려 만들었다. 하얀 똥의 폭포라….
■ 부산을 바다에서 바라보다
드디어 오륙도 등대섬에 상륙이다. 오륙도 등대는 1937년 11월에 처음 불을 밝혀 10초에 한 번씩 깜빡거린다. 우리 일행을 등대섬에 내려놓고 배는 무심하게 떠난다. 망망대해, 무인도에 남겨진 느낌이 이럴까. 부산이 지척으로 보이는데도 고독하다. 등대에서 내려 보는 바다는 아찔하다. 절벽 틈 사이에서 해국이 열심히 자란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분다. 라이브 음악 같은 바람 소리가 좋다. 오륙도 등대에는 2인 1조로 교대 근무를 한다. 들어오는 배는 처음으로 부산을 만나고, 큰 바다로 나가는 배는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곳. 이곳이 부산의 상징 오륙도다. 부산 갈매기를 상징하는 은빛 조형물이 반짝하고 빛난다. 등대의 옥상에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
등대섬에서는 대개 다음 배가 올 때까지 1시간의 여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화장실은 있지만 매점은 없다. 물을 비롯해 간단한 요깃거리를 가져가면 좋겠다. 도시락을 까먹으면 더 좋고. 외딴 섬에서의 프러포즈는 어떨까. 또 크리스마스를 오륙도에서 보낸다면…. 가져간 맥주캔으로 건배했다.
오륙도에 가보니 부산이 어떤 도시인지, 이제야 알겠다. 이 좋은 관광자원을 방치해두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오륙도에 다녀온 뒤 좋은 관광자원을 내버려두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이은상의 시 오륙도가 널리 알려졌다. '오륙도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 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섬인 줄 몰라라.'
오륙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착장 근처에서 파는 여러 가지 해산물을 맛보았다. 인기 많은 스카이워크 위를 걸어봐도 좋겠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게재일 :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