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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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장군산~암남공원...야트막한 정상 아래 '한 폭 그림' 송도해수욕장
2025.05.22
트레킹 숲길·해안볼레길·갈맷길
세 가지 길 겹쳤다 헤어졌다 반복
암남공원서는 모두 체험 가능
진불사 입구 계단 위 등나무 장관
공원 후문 빨간지붕 풍차 화장실
산행로 옆 비엔날레 미술품도 볼 만
장군산 정상에 서면 송도해수욕장과 묘박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사진 왼쪽으로 거북섬과 송도구름산책로가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은 암남공원 반도의 동편에 있다. 하늘에서 보면 천마산∼장군산∼진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두 팔을 벌려 해수욕장을 껴안은 모양새다.
그 능선 끝자락에 암남공원이 있다. 1996년까지 군사지역으로 묶여 일반인이 들어가지 못했던 공간이다. 내년이면 출입 통제가 풀린 지 20년이 되지만 산행로 곳곳에는 여전히 초소를 포함한 군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암남공원으로 이어지는 진정산 정상은 군부대의 차지이고, 그 옆 장군산에는 예비군 훈련장이 있다.
■ 왜 장군산이라고 부를까?
묘한 것은 이 일대가 옛날에도 군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군산이란 이름도 그런 배경을 암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증되지 않은 전설로 남아 있지만, 장군산은 정운 장군과 관련이 깊다. 서구청이 발간한 '송도 100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선이 부산포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퇴하고 돌아갈 때 그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이 흉탄에 맞아 쓰러졌다. 그런데 그는 전투에 앞서 자신의 이름에 붙은 '운(運)'자가 몰운대의 '운(雲)'과 음이 같다며 "이곳이 내가 죽을 장소"라고 최후를 선언했다는 것. 그런 그를 기려 부산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후세 사람들이 장군산이라고 불렀단다. 지금도 서구에서는 그의 넋을 기리는 '장군산 산신제'를 매년 달집축제 때 송도해수욕장에서 열고 있다.
참고로, 부산포 전투는 1592년 9월 1일 치러졌는데, 이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5일이고, 부산시는 이날을 '부산시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장군산∼암남공원 코스는 7.9㎞로 설계했다. 장군산 북쪽 송도요양병원에서 올라 정상을 밟은 뒤 진정산과 암남공원을 이어 돌아 송도해수욕장으로 내려서는 코스다. 장군산은 해발 152.1m, 진정산은 144.7m로 높지 않다. 그럼에도 주변에 큰 산이 없어 조망이 좋다. 특히 장군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송도해수욕장과 묘박지 전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순수한 이동 시간은 2시간 25분으로 확인됐지만 사진 촬영을 포함해 모두 4시간이 걸렸다. 바다 조망을 비롯해 도중에 구경거리가 많으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노량으로 걸었으면 좋겠다.
들머리는 대중교통 이용을 전제로 알로이시오기념병원 버스정류장으로 잡았다. 송도교차로와 고신대병원을 지나면 알뜰주유소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횡단보도와 감전교를 잇달아 건너면 송도요양병원에 닿고, 직진한 길의 오른쪽에서 감천배수지 철망에 붙으면 산길에 곧바로 오를 수 있다. 장군산 정상까지는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사방이 확 트이는 정상에 헬기장이 있는데, 그 아래로 송도해수욕장과 묘박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북쪽으로는 천마산과 승학산이 잇따라 보인다. 진정산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 잡아 오를 수 없다. 그 대신 기슭에 조성된 숲길을 따라 걷는 맛이 좋다. 도중에 '워 게임장'을 지나는데, 예비군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 세 가지 길 서로 겹치고 헤어지고
예비군 훈련장 주차장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내려서도 상관없다. 암남공원 후문은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것이 낫지만 왼쪽도 나쁘지 않다. 취재팀은 숲길을 더 걷기 위해 일부러 왼쪽으로 내려섰다. 숲길은 진정산을 한 바퀴 돈다. 도중에 진불사 이정표를 확인하고 사찰을 통과하면 골목을 만난다. 골목 끝에 솔밭집과 모텔촌이 있다. 여기서 암남공원로를 따라 부산환경공단 중앙사업소 방향으로 450m가량 걸어가면 수협감천항물류센터 앞에서 암남공원 후문을 찾을 수 있다. 후문에도 암남공원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암남공원에서는 서구 트레킹 숲길과 송도해안볼레길, 갈맷길 4-1구간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길은 서로 겹치다가 헤어짐을 반복한다. 취재팀은 바다 풍경을 오롯이 조망할 수 있는 갈맷길을 따랐다. 두도전망덱을 반환점으로 동쪽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국가지질공원으로 조성된 2㎞의 덱길을 지나 날머리인 송도해수욕장에 이른다.
■ 음악 나오는 풍차 화장실 보셨나요?
진불사 입구의 계단 위로 조성된 등나무가 볼 만하다. 지금은 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더 장관을 이룬다. 암남공원 후문에서 가까운 지점의 빨간 지붕 풍차도 색다른 볼거리다. 풍차는 예쁜 모양과 달리 공용 화장실인데, 들어가면 센서로 감지된 노래가 흘러나온다.
산행로 곳곳에 설치된 부산비엔날레 미술품도 좋은 구경거리다. 일본 작가인 도다 유스케의 '인간 존재를 위하여 버리는 것이 가능한가?'를 포함해 서너 작품을 휴식 삼아 구경할 수 있다.
암남공원 중간 지점에 마련된 포구나무 쉼터는 암석 덩어리인 암남공원에서 유일한 약수터다. 지금은 급수대로 바꿔 놓았다. 그 옛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낙들이 이곳에 와서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했다고 한다. 포구나무는 팽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주로 포구에 심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일본 작가인 도다 유스케의 작품.
수많은 배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묘박지, 곳곳에 남은 초소, 그리고 몸이 흔들거릴 정도로 반동이 심한 출렁다리도 흥미롭다. 암남공원 주차장에 이르면 송도해수욕장 입구까지 암반 위로 덱이 이어지는데, 그 암반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산행에 앞서 수영복 챙겨가는 센스를
장군산∼암남공원 코스는 어렵지 않다. 이정표도 잘 조성돼 있고, 도중에 헷갈리는 구간도 거의 찾을 수 없다. 다만, 이정표를 보고 이동할 때 암남공원에서는 '두도전망덱'을 좇는 게 좋겠다.
산&길은 곧 닥칠 무더위를 겨냥해 땀을 충분히 흘린 뒤 마지막에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송도해수욕장을 날머리로 잡았다. 산행에 앞서 수영복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 그래픽=노인호 기자
※게재일: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