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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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 원점 회귀...내친김에 거문산 공덕산까지
2025.05.19
거문산 정상 근처 조망바위에 서면 지나온 철마산과 소산봉(당나귀봉)이 한눈에 보인다.
4개 봉 연이은 빗속 산행, 원시의 비경에 흠뻑 젖다
기장 철마산(605.4m)~공덕산(265.8m) 원점 회귀 코스는 한 번 산행에 철마산과 소산봉(일명 당나귀봉·574.3m), 거문산(543.9m), 공덕산을 모두 오르는 즐거움이 있다. 도시 근교 산임에도 산이 깊으며 능선이 헌걸차고, 부산과 양산 시내가 두루 보이는 멋진 조망터가 많다. 소산봉 억새군락지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거문산의 울울창창한 숲은 원시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철마산을 오를 때를 제외하고는 코스도 평탄해 느긋하게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엔 제격인 곳. 가을이 온다기에 성급하게 우중 산행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만족. 감동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들었다.
■ 팔방미인으로 부르자
철마산을 중심으로 하는 산행 코스는 본보 <산&산>에서 세 번 정도 소개했다. 임기 마을에서 시작하여 철마산에 올랐다가 백운산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산&산> 191회에 소개했고, 임기 마을에서 철마산~망월산 원점회귀 산행도 <산&산> 316회에서 다뤘다. 철마산에서 달음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378회에 소개해 근교 산을 즐기는 산악인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철마산은 근교 산행지로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산임이 틀림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부산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입석 마을에서 시작하여 입석 마을회관~산길 초입(묘 3기)~S&T모티브 갈림길~전망 바위~철마 서봉(돌탑)~철마산~안부(임기 갈림길)~임도~소산봉(당나귀봉)~중리 갈림길~편백 숲~철마임도관리초소(소두방재)~정자~거문산~콘크리트 임도~사유지(개울 건넘)~계곡 옆길~경주 박 씨 묘~공덕산~헬기장~두구동 연꽃소류지~조리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12.3㎞를 6시간 45분 가량 걸려 마무리했다.
코스를 먼저 다녀온 건건산악회 김태영 전 회장과 함께했다. 비가 예보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 사나흘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하기로 했다. 당일 부산 시내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아 내심 기대를 했는데 입석 마을에 도착하자 비가 슬슬 뿌리기 시작했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비옷으로 완전 무장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입석 마을에 있는 철마 선돌.
입석 마을 선돌이 비에 젖고 있다. 높이가 무려 4m 96㎝에 폭이 65㎝라고 한다. 입석 마을이 배의 형상이어서 선여사를 짓고 돛대 역할을 하도록 선돌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선여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때 세워진 범어사 이전에 창건했다고 하니 그 세월을 짐작할 뿐이다.
입석 마을회관을 거쳐 금정정사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산길로 접어든다. 묘 세 기가 있어 이정표 역할을 한다.
■ 당나귀봉을 아시나요
비에 젖은 산길을 거침없이 오른다. 철마산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산길이기에 제법 된비알도 있다. 40분을 오르니 S&T모티브(전 대우정밀)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제법 고도를 올렸는지 잡풀이 없어지자 오르기가 한결 쉽다. 바위가 험한 곳에는 밧줄을 묶어놓았다. 문제는 너무 오래 관리를 안 했는지 나무가 자라면서 밧줄이 파고 들어갔다. 좀 더 느슨하게 손을 봐야 할 것이다.
20분을 더 오르니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조망 바위가 나온다. 금정산 자락이 잘 보여야 하는데 비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리다며 김 회장이 안타까워했다. 5분 뒤에는 작은 돌탑을 만났다. 철마산 서봉이라고 누군가 적어 놓았다. 예전에는 돌탑이 없었는데 누군가 한둘 씩 돌을 모아 쌓다 보니 어느새 멋진 돌탑이 생겼다. 서봉을 내려서니 안부에 임기 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철마산 정상까지는 한달음에 달렸다. 정관 쪽이 잘 보이는 조망터는 구름이 가로막았고, 철마산 정상 못 미쳐 멋진 바위는 비에 젖어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 정상석은 철마거문산악회에서 세웠는데 약간 황톳빛을 띠는 것이 보기가 좋았다.
가야할 길이 가늠되지 않았다. 이제 첫 봉을 올랐으니 원점 회귀를 하려면 아직 만만찮은 거리가 남은 것이다. 비가 오기에 오래 쉴 수도 없었다. 소산봉을 향해 간다.
안부에 임기 마을 갈림길이 또 있다. 능선에 제법 아름드리나무가 많아 위엄이 있다. 철마산 정상에서 철마 임도까지는 20분 남짓 걸렸다. 임도에 정자가 하나 있어 비를 피하며 잠시 쉬었다. 소산봉으로 오르는 길은 길가에 풀도 말끔하게 베 잘 정비해 놓았다. 소산봉은 당나귀봉으로 유명한데 당나귀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이라는 뜻이란다. 부산 한 산악단체에서 기념석을 따로 세워놓았다.
당나귀봉은 주변 백운산(520m)이나 망월산(521.7m)보다 해발고도가 높아 360도 조망할 수 있으며 날씨가 맑으면 멀리 영도와 남항까지 보이는 기장 최고의 부산 조망터라고 안내판에 써 놓았다. 10분 정도 내려서니 망월산과 중리 마을 갈림길이다. 거문산으로 가기 위해서 중리로 일단 내려선다.
거문산 정상 부근 전망 바위에 자리잡은 멋진 소나무
■ 거문산 원시림 속으로
편백 쉼터가 나온다.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긴 의자와 평상을 마련해 놓았으나 비 오는 날에는 무용지물이다. 쉼터에서 4분 정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야 한다. 길이 좋은 곳으로 바로 내려가면 마을로 떨어지고, 거문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 능선을 택해야 철마 임도관리초소로 갈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곳이다.
임도 초소가 있는 곳은 소두방재. 소두방재(솥뚜껑고개)는 백운산이 솥뚜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동해 쪽 일관, 좌천의 쌀과 생선이 송정장터로 가던 고갯길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정관 학생들이 동래 방면 학교로 가던 통학로였다고 했다. 지금은 무인카페가 하나 생겼다.
거문산 오르는 길은 기장군이 '산철쭉 향기숲'으로 불렀다. 언덕을 올라가니 새로 만든 정자가 있다. 거문산까지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서 5분쯤 내려가니 철마산이 멋지게 보이는 조망터가 있다. 풍경을 눈에 가득 담는다. 공덕산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온통 야생버섯의 땅이었다. 사람들의 왕래도 많지 않은지 원시의 자연 풍광이 그윽했다. 50분간 황홀했다.
원시 자연을 느끼게 하는 커다란 야생 버섯.
밤나무가 많은 콘크리트 임도에 도착해서 잠깐 아래로 내려서다가 한참 터를 정리하고 있는 사유지 마당을 지나니 작은 개울이 나온다. 개울을 건너 계곡 옆으로 난 길을 오른다. 20분이 조금 더 걸려 도착한 공덕산은 옛 조병창 때 만든 철망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철망을 따라 왼편으로 길이 나 있다. 산불 초소가 있는 헬기장에서 내려설 때 오른쪽 길을 고집해야 조리 마을로 쉽게 내려 선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그래픽=노인호 기자
※게재일 : 201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