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산
부울경 산
부산 금련산~황령산 .. 넉넉한 마음 안고 함께 걷는 즐거움, 가족들 손잡고 느껴볼까요
2025.04.23
[산&산] <372> 부산 금련산~황령산
넉넉한 마음 안고 함께 걷는 즐거움, 가족들 손잡고 느껴볼까요
주말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타지에 나가 살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일 것이다. 이번 주 '산&산'은 모처럼 모인 가족이 다 함께 산행할 수 있는 코스를 잡았다. 가까워야 하고, 체력 부담이 적어야 하며, 부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부산 시내권의 금련산~황령산 코스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름달 구경을 위한 야간 산행까지 가능하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추석을 맞아 '산&산'이 마련한 '금련산~황령산' 코스는 평소보다 좀 짧게 설계됐다. 할아버지, 할머니, 며느리, 손자까지 함께 오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등산길도 좋다. 산행이 주는 조망의 즐거움까지 고려했다. 코스 곳곳에서 광안대교, 해운대 앞바다, 부산항은 물론 시가지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다.
구체적인 코스는 도시철도 금련산역 6번 출구~부산중앙교회 인근 이정표~금련산청소년수련원 입구~전망데크~도로 건넘~333봉~전망데크~황령산 정상~봉수대~황탑 쉼터~바람고개~문현동 벽화마을~문전역 2번 출구 순이다. 모두 8㎞ 구간으로 3시간가량 걸렸다.
부산을 한눈에 굽어보고 산림욕까지
보름달 구경 야간 산행도 가능
같이 오르기 좋은 3시간 짜리 8㎞ 구간
산행 들머리는 수영구 남천동 부산중앙교회 근처다. 들머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 역에서 내린 뒤 10분가량 골목길을 헤치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이 조금 복잡하다. 일단 6번 출구로 빠져나와 KBS 부산총국 방면으로 내려오다, 천억명당슈퍼 앞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타고 올라오다 남부산우체국 물류센터가 보이면 20~30m 더 전진, '늘푸른산장' 간판을 보고 좌측으로 꺾어 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간다.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오다 부산중앙교회가 보이면 20m가량 더 전진한다. 길이 좌측으로 크게 도는 곡각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금련산 산 사면에 올라서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이정표를 보고 잘 정비된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등산로 주변에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는 편백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숲 속에는 잔뜩 웅크린 자세로 편백 열매를 줍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콩알 크기의 편백 열매로 베개를 만들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열매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양이 만만치 않단다. 열매를 한 움큼 얻어 코에 가져다 대니 과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상쾌한 향기가 난다.
10분가량 오르막을 오르니 금련산 4번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길은 네 갈래다. 직진하면 옥천약수터, 오른쪽은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황령산로를 따라 인공 느티나무 조림지를 통과해 올라간다.
다시 10분 뒤 금련산 5번 이정표를 만난다. 직진하면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왼쪽은 남천동, 오른쪽은 옥천약수터로 가는 길이다. 직진해서 오르막길을 따라 금련산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치고 오른다.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등산로는 포장도로에 바짝 붙어 뻗었다. 그 길 왼쪽으로 붉은 기운을 머금은 꽃무릇 군락이 만개 직전이다. 꽃무릇은 상사화라고도 불린다. 잎이 진 뒤에야 꽃이 피기 때문에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해서 이름 붙었다. 사정이 이러니, 어찌 전설이 아니 만들어졌겠는가? 스님이 여인을 사랑하였으나 신분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없었다.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심은 꽃이 상사화라고 전한다. 이 외에도 꽃무릇과 연관된 전설은 여러 가지인데 아마도 꽃과 잎이 함께하지 않는 데서 생긴 이야기일 것이다.
꽃무릇이 핀 길을 따라 7~8분을 올라 금련산청소년수련원 입구를 지나치니 전망데크가 나온다. 과연 전망데크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광안대교, 해운대 앞바다, 마린시티의 마천루까지 펼쳐져 보이다. 전망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길을 서두른다. 포장도로에 바짝 붙은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치고 올라가 길을 건너 반대편 등산로로 붙는다. 포장도로를 건너야 하는 지점에 특이한 지형지물이 없어 주의해야 한다. 간단한 운동 시설을 지나 나무벤치가 5개 연달아 놓인 데가 있으면 도로를 건너간다. 도로를 건너기 전, 후에 각각 산행 안내리본 2개씩 붙여뒀다.
포장도로 건너편 등산로에 붙으면 줄곧 8푼 산 사면을 따라 횡으로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간다. 중간중간 오르막 갈림길이 나오지만 무시하고 계속 산 사면을 횡으로 탄다. 급경사지를 따라 만든 인공 수로를 가로지른 작은 나무다리를 지나자마자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면 비로소 오른쪽 오르막길로 올라간다.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를 만날 때까지 1~2분 전진한다. 임도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어 오르막 능선을 타고 333봉으로 향한다. 이 임도까지 차량이 올라올 수 있다. 달구경을 원한다면 야간 산행 기점으로 삼을 수 있다.
333봉에서 전망 데크를 지나 황령산 정상(해발 427.6m)과 봉수대에 이르는 능선길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20분 소요. 이 구간에서 부산 시내를 360도로 파노라마처럼 전망할 수 있다. 영도 방면으로 보면 북항대교 교각 위로 상판이 올라가고 있고, 남구 문현금융단지는 타워 크레인이 느릿느릿 고층 건물들을 만들고 있다. 부산진구 쪽 햐야리아 부대가 떠난 자리에는 공원 조성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부산에 내려온 귀성객이라면 고향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하산은 황령산 봉수대에서 황탑 쉼터, 편백나무 숲을 지나 바람고개로 내려가게 된다. 봉수대에서 정남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오다 갈림길을 만나면 왼쪽으로 꺾는다. 왼쪽 길이 다소 희미하기 때문에 산행 안내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갈림길에서 5분 더 내려오면 무덤을 하나 지나 오른쪽에 높이 10m 돌탑이 보인다. 황탑으로 불리는 돌탑이다. 누가 언제 조성했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정성을 들였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돌탑 앞에 너럭바위 몇 개가 있는데 그 주변으로 한 사람이 앉을 만한 크기의 큰 돌들을 둥글게 놓았다. 마치 탁자와 의자처럼 만들어졌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쉼터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복을 받아 마땅하다.
돌탑을 스쳐 지나면 편백 숲이다. 등산 초입에 지나왔던 편백 숲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무들의 수령뿐만 아니라 숲의 규모도 엄청나다. 숲으로 들어서니 상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마 전 태풍으로 나무들이 상처를 입는 바람에 치유물질을 더욱 많이 뿜어낸다고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림욕을 즐긴다.
편백 숲을 가로질러 내려오니 바람고개다. 보통의 경우 바람고개에서 경성대 방면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아서다. 하지만 부산의 또 다른 명물 문현동 안동네 벽화마을 구경을 놓칠 수 없다. 이정표를 보고 문현2차 현대아파트 방면으로 내려간다. 20분 정도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면 벽화마을이다.
250여 채의 낡은 슬레이트 건물이 밀집한 이곳은 원래 공동묘지촌이었다. 2008년 3월부터 민들과 시민 등 자원봉사자 230여 명이 낡은 시멘트 담벼락을 화사한 파스텔 톤의 동화로 채색했다. 쩍쩍 갈라진 벽 위로 '따뜻한 사람들의 벽화 이야기'라는 주제로 47점의 그림은 그렇게 태어났다. 벽화마을에서 날머리인 도시철도 문전역까지는 15분 거리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