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산
부울경 산
부산 백양산 달빛 산행 ... 해발 642m 정상 올라서면 부산 야경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2025.04.23
[산&산] <369> 부산 백양산 달빛 산행
해발 642m 정상 올라서면 부산 야경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부산 부산진구와 북구 사이에 있는 백양산(白楊山·642m)은 금정산(金井山·801.5m)과 함께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산 중의 하나다. 다대포에서 끝나는 낙동정맥 말단부에 솟아 동쪽 기슭에 성지곡(聖池谷)을 끼고 남쪽 사면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선암사(仙岩寺)를 품고 있다. 부산 사람에게는 익숙함을 넘어 지겨울 법도 하다. 하지만, 은은한 달빛을 속을 걷는 야간 산행이라면 백양산의 차원이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침 이번 주말이 보름이라 야간 산행하기에 딱 좋다.
'산&산' 팀이 백양산 야간 산행 답사에 나섰을 때는 음력으로 칠월 칠석(7월 7일)이었다. 보름을 일주일가량 남겨둔 시점으로 반달이 그리 어두운 편은 아니었다. 산행 경로는 어린이대공원 입구~녹담길 입구~성지교~갈림길~임도 합류~마라톤 코스 표석~바람고개 이정표~산불감시초소~철조망 출입문~공룡 발자국 화석지~바위군~나무 계단~헬기장~정상 갈림길~정상~정상 갈림길(2번 지나침)~대나무 숲~철조망 갈림길~만남의 광장~온천약수터~산림욕장~삼거리 휴게소~성지교~원점 순이다. 모두 9.4㎞ 구간으로 4시간 소요됐다.
숲 속 밤바람, 오싹할 정도로 시원
멧돼지 등 야생동물 출몰 주의해야
냄비 뚜껑만 한 공룡발자국들 눈길
사직야구장 야간 경기 조명 눈부셔
산행 들머리는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다. 일몰 시간인 오후 7시 20분에 출발했다. 해가 지긴 했지만 기온은 28도로 여전히 더웠고, 아직 어두운 기운이 몰리지 않아 밝았다.
저녁 산책객들이 붐비는 잘 단장된 길을 따라 성지곡 수원지 방면으로 올라간다. 수원지를 왼쪽으로 돌아 성지교를 건너 산 사면에 붙는 데까지 20분 소요. 산자락이 가까워지자 조금 전까지 훤하게 밝던 날이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성지곡의 물이 본래 색깔을 잃고 온통 검게만 보인다. 숲 속은 빨리 어두워진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성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산 사면에 붙는다.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지만 조명이 갑자기 사라져 깜깜해진다. 랜턴을 켠다. 50m가량 전진하면 갈림길이다. 성지곡으로 유입되는 작은 계곡 옆으로 난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오르막길로 올라간다.
숲 속에 들어서자 사위는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해졌다. 갑자기 가팔라진 오르막 등산로를 오직 랜턴 불빛에 의존해 올라간다. 랜턴 불빛 밖은 마치 길이 끊어져 없는 듯 어둡다. 랜턴 불빛이 조금씩 전진하자 길도 야금야금 나타난다.
오후 7시 54분, 산행시작 34분 만에 백양산 허리를 감아 도는 임도를 만난다. 백양산 상설 마라톤 코스로 개발된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임도를 따라 간다.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하는 임도 옆으로 마라톤 반환점 표석이 차례로 나타난다.
넓은 임도가 조밀한 숲의 간격을 벌려 놓자 비로소 달이 보인다. 물에 풀어 놓은 우유처럼 은은한 달빛을 받은 숲은 비로소 형태를 드러낸다. 비록 무채색 실루엣이지만, 나무며 바위며 랜턴 없이도 형태를 식별할 수 있다.
'쉬이~잉, 쉬이~잉.'
갑자기 산 사면 빽빽한 나무들을 피해 바람이 정상을 향해 불어 올라온다. 야간 산행의 미덕은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시원한 밤바람에 데워진 몸이 식으니 오싹해 질 정도로 시원하다. 귀뚜라미까지 울어대니 가을인가 착각이 든다.
임도를 따라 계속 전진하면 바람고개 이정표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부산진구 당감동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 계단을 따라 능선을 치고 올라간다. 야생동물 출현이 빈번하니 유의하라는 현수막에 약간 움찔했다. 호랑이나 늑대는 없겠지만 멧돼지 출몰은 가끔 있단다. 갓 젖을 뗀 어린 멧돼지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는 예민하고 사납다.
능선 오르막길을 따라 철조망이 길게 펼쳐져 있다. 3~4분 오르면 철조망 반대편으로 통과할 수 있는 문이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해서 철조망 왼편 길을 따라 올라간다. 철조망 왼편 길은 갑자기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이 오르막을 10분가량 오르면 공룡 발자국 화석지에 도달한다. 부산진구 부암동 산 150 해발 365m 지점에 완만하게 기울어진 집채만 한 너럭바위가 버티고 섰다. 랜턴을 비추니 냄비 뚜껑 크기로 움푹 파인 자국이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백악기 말기에 살았던 오리부리공룡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데 120개가 넘는다.
너럭바위에서 구경거리는 공룡 발자국만이 아니다. 넓은 바위 때문에 숲이 뒤로 밀려나자 부산 시내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면과 주례 쪽 불빛이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으니 "정상에 올라가면 야경이 더 좋다"며 산행대장이 길을 재촉한다.
오르막을 한참 올라 오후 8시 45분께 주 능선마루에 도착했다. 의자가 하나 있어 쉴 수 있는데 여기서도 시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의 더 멋진 야경을 기대하며 길을 서둘렀다. 2~3분 전진하니, 뭔가 거대하고 어두운 실루엣이 압도한다. 랜턴을 비추니 집채만 한 바위들이 등산길 왼쪽 옆으로 도열해 있다. 야간 숲 속 사물은 더 어두우냐, 덜 어두우냐로만 식별이 된다.
바위 군락을 지나면 나무 계단이다. 5분 정도 나무 계단을 치고 오르면 헬기장이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 300m 남은 정상으로 향한다. 다시 3~4분 더 전진하면 정상 코앞에서 또 갈림길이다. 넒은 임도가 정상 아래 산 사면을 감고 오다 갑자기 끊긴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이 임도를 건너 가파르게 뻗어 있다.
남은 힘을 쥐어짜 가파른 등산로를 5분 정도 치고 오르니 정상이다. 지름 10m, 높이 2m가량의 거대한 돌무덤 가운데 정상석이 박혀 있다. 해발 642m. 정상에서는 소문대로 부산시 전역의 야경이 빙 둘러 펼쳐진다.
야간 경기 중인 사직야구장은 조명 때문에 눈부시다. 강서 쪽은 상대적으로 불빛이 성기다. 낙동강이 성긴 불빛들 사이로 검게 흐른다. 바다가 시커멓게 드러누운 부산 북항과 신항에 정박한 배들이 불을 밝혀 불덩어리 같다. 광안리와 해운대 위를 덮고 있는 짙은 해무는 도심에서 솟아오르는 불빛을 받아 붉은 기운을 머금었다.
야경에 반해 정상에 머문 시간이 길어졌다. 좀 전에 지나쳤던 정상 갈림길로 다시 내려와 왼쪽 내리막길을 따라 하산길을 잡는다. 물기를 머금은 내리막길은 미끈거린다. 15분가량 내려와 대나무 숲을 지나 다시 철조망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길이 아주 좋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만남의 광장까지 가는데 10분 정도 소요된다. 만남의 광장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온천약수터를 지난다. 산림욕장 갈림길에서 왼쪽, 체험학습장이 있는 삼거리 휴게소에서 우측으로 길을 잡아 성지교까지 오는데 40분 정도 소요된다. 조명시설이 있는 성지교에서 원점까지는 15분 더 걸린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