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을 주제로 내건 2026부산비엔날레가 29일 공식 개막한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28일 오후 5시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로비에서 개막식을 열고, 이튿날인 29일 오전 10시부터 11월 1일까지 총 65일간의 항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개최 장소는 메인 전시관인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영도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 학교 신축 이전으로 지난 3월 이래 비어 있던 (구)부산남고등학교 등 세 곳이다.
참여 작가는 22개국 46명(팀)으로,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선보인다. 참가 규모로는 역대 최소다. 앞서 조직위는 “작가 수는 줄었지만, 선정된 작가를 밀도 있게 보여줄 것”이라면서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서사 구조’로 작동하도록 구성해 관람 동선과 공간 경험을 하나의 작품처럼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 공동 전시감독은 동시대 미술과 퍼포먼스, 사운드, 공동체적 실천을 넘나드는 폭넓은 기획 활동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해 왔다. 두 감독은 “이것은 지휘자가 없는 합창”이라며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수선하지만 넉넉하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공식적인 이야기 너머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들에 주파수를 맞춰 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참여 작가들이 부산이라는 도시를 무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펼치는 소리와 몸, 노동과 이동의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이란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는 옛 부산남고 운동장과 부산현대미술관을 연결하는 장소 특정적 작업 ‘주문’을 선보인다. 학교 운동장에는 세 가지 색조의 재활용 직물이 거대한 악보처럼 펼쳐지고, 관람객은 그 위를 걸으며 기하학적 패턴과 보호의 의미를 지닌 기호, 문양을 마주한다. 부산 작가 박현성은 부산남고의 옛 급식실을 푸른빛과 조각, 소리 등으로 채워 낯선 바다 풍경처럼 바꿔 관람객을 새로운 감각의 공간으로 이끈다.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SF 작가 어슐러 K. 르 귄과 예술가 그룹 5D는 르 귄이 직접 남긴 지도와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설치작품 ‘축제’를 선보인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 작가인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줄리앙 크뤼제는 조각, 영상, 시, 사운드가 어우러진 설치작품을 통해 대서양을 오간 사람들의 기억과 이주, 저항의 이야기를 전한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과 스페이스 원지에 배치된 약 110점의 회화 작품으로 이루어진 ‘선원직 프로젝트’는 배 위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노동의 풍경을 기록한 시각적 일기다. 일부 드로잉은 부산교통공사와의 협업으로 교통카드 디자인으로 제작돼, 부산을 오가는 시민과 방문객의 손안에서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이번 비엔날레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개막부터 폐막까지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부산남고, 을숙도문화회관, 가덕도 등에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개막일인 29일 낮 12시부터 옛 부산남고에서는 울트라-레드가 항만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참여형 워크숍을 연다. 오후에는 은키시를 비롯해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와 김혜림, 조슈아 세라핀 등 참여 작가가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밤까지 열린다.
30일 오후 2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공동 전시감독이 직접 소개하는 ‘큐레토리얼 총론’이 진행된다. 전소정의 신작 오페라 퍼포먼스 ‘구미호하기’는 같은 날 오후 4시 을숙도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리며, 고려인 이주와 생존의 기억을 판소리·성악·생황·북한 가야금 등 다층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풀어낸다.
스페이스 원지와 (구)부산남고 전시장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부산현대미술관은 유료(일반 1만 6000원) 입장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추석과 공휴일에는 정상 운영한다. 프로그램의 자세한 일정과 사전 등록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busanbiennale2026.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