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과 노래, 연기를 넘나드는 필독(Feeldog, 본명 오광석)은 동시에 10년 넘게 시각예술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옛 부산디자인고(현 한국조형예술고)에서 서양화와 도자를 전공한 그는 “대중문화인이기 이전에 미술을 먼저 배운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2015년 그룹전을 시작으로 2017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아트페어 11회, 국제전 5회, 개인전 7회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임영웅 2집 ‘IM HERO 2’ 앨범북 아트워크에도 참여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역에서의 전시는 드물었다. “부산에서 개인전을 연 건 3년 전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예요.” 올해 4월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를 통해 부산 컬렉터와 다시 만난 그는 오는 19일까지 해운대구 스페이스 토핑(그랜드조선 부산 4층)에서 개인전 ‘부산물_Busanmul’을 연다. 전시 제목 ‘부산물’은 그의 삶에 대한 은유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며 쌓인 인간관계, 감정, 기억, 상처를 제 삶에 대입해 표현한 말이에요.” 사전적 의미의 ‘부수적 산물’과 달리, 그에게 부산물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것들”이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간 것으로 여기는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는 16점이 걸렸다. “한 점(‘흔적: 천사 Q’)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작업했어요.” 그의 작업은 춤과 직결된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테이프로 경계를 만든 뒤 롤러로 바탕을 밀고, 구두를 신은 채 움직이면서 물감을 문질러요. 제 몸의 움직임이 그대로 그림이 되는 거죠.” 이후 물감을 뿌려 패턴을 만들고 에어브러시로 마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이 과정을 “온몸이 붓이 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격렬한 제작 방식과 달리 화면은 따뜻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대표적인 봄꽃인 목련을 보면서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요. 수국은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꽃이고요.” 그의 기억 속 가족은 언제나 자연과 함께 있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이 산과 계곡으로 많이 데려가 주셨어요. 그래서 제 작업에는 자연과 부산의 기억이 같이 담겨 있어요.” 화면을 채우는 푸른 색에 대해서도 그는 “제 감정의 색, 결국은 부산 바다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작업은 점차 비구상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정체성은 그에게 질문을 남긴다.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작업에 영향을 줄 때가 있어요. 그게 때로는 제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그는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요즘은 발자국이 잘 보이지 않는 작업을 하면서 더 자유롭다고 느껴요. 언젠가는 경계를 넘어가고 싶습니다.” 문의 051-915-77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