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
밀면
부산진구 황금밀면…석쇠에 구운 돼지, 면과 싸 먹으면 '든든'
가게에 들어서니 벽에 붙은 메뉴판 글씨 크기가 웬만한 가게 간판 작은 글씨만 하다. 밀면·비빔면·만두, 주메뉴는 이렇게 딱 3가지다. 9월로 접어들며 플래카드로 만들어 붙인 육개장과 육칼국수는 밀면 비수기에 대비한 성격이 강했다. 메뉴판 복잡한 집 치고 제대로 된 음식 내놓는 집 없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은 경험으로 안다. 그런 점에서 일단 신뢰가 갔다.
자리에 앉으니 뽀얀 사골 국물 육수가 먼저 나왔다. 소 사골을 제대로 우려 진하고 깊은 맛을 내면서, 끝 맛은 칼칼했다. 냉면이든 밀면이든, 먼저 육수를 먹어 보면 그 집 맛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다 마신 육수 컵에 후춧가루도 남지 않았고, 입안에도 조미료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분명 내공 있다.

비빔면 양념장은 검붉었다. 이영근 대표는 "국내산 고춧가루와 갖은 과일로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고 했다. 양념 속에는 오돌토돌 씹는 맛이 일품인 간자미가 들어갔다.
고기를 면과 함께 둘둘 말아 한 입 먹었다. 고기는 불 냄새를 풍겼고, 면은 매콤했다. 간자미는 가오리보다 부드럽게 씹혔다. 젓가락을 놀릴수록 매콤한 맛이 더해지며 저절로 육수를 불렀다. 이 대표는 냉육수를 넣어 비벼 보라고 한 대접 갖다 줬다. 수정과처럼 맑은 갈색이 도는 냉육수를 약간 부어 비비니 마치 물비빔면처럼 육수가 자작한 상태가 됐다. 붓고 남은 냉육수는 달콤했다. 이 국물을 해장용으로 마시는 손님도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비빔면을 먹을 때 냉육수와 함께 비빌 것을 강력 추천한다. 매콤한 맛이 잦아들고 촉촉한 면발에선 훨씬 풍부한 맛이 난다. 그러잖아도 이 대표는 내년쯤 물비빔면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온육수는 한우 사골만 우려 깊은 맛을 내지만, 냉육수는 여기에 한약재와 간장을 더해 원액을 1년 전에 만들어 둔다. 이 냉육수가 그대로 물밀면 국물로 쓰인다.

수영동에서 낙지와 생주꾸미 장사를 10년간 했다는 이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지금은 사라진 유나백화점이 그의 직장이었다. 수도권 대형 유통자본의 공세 속에 향토 백화점은 사라졌으나,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밀면을 가성비 높은 고품질 메뉴로 승격시켰다. 자못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밀면 8000원, 비빔면 9000원, 곱빼기 1500원 추가, 석쇠불고기 7000원, 만두 6000원, 육개장·육칼국수 10000원. 영업시간 10:00~21:00.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625.
